1932년, 어느 여행자가 지구에 왔다.
하필이면 힘들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여행을 시작했다.
일본 위안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얼굴 모르는 동갑내기 사내와 결혼을 했고,
그렇게 6남매를 낳고 키우며 어진 어머니와 다정한 할머니로 살아왔다.
누군가에게는 엄격한 어머니였고,
또 누군가에게는 고생만 하다가 가신 어머니였고,
또 누군가에게는 큰 아들 바보였고,
또 누군가에게는 치킨을 좋아하던 할머니였고,
또 누군가에게는 손녀, 증손녀도 사랑해 주시는 할머니였다.
그렇게, 그 여행자는 많은 이의 기억과 추억 속에 자리 잡은 채,
2023년 9월 11일, 많은 이들을 뒤로 한채 이번생의 여행을 끝내고, 다음 여행지를 위해 길을 떠나셨다.
할머니, 삼도천에서 저승 가는 길이 많이 험난하다고 그래요.
그래도 할아버지가 마중 나와 계시지 않을까 싶어요.
엄마한테 "할머니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언젤까?" 하고 여쭤보니,
식구들이 왁자지껄하게 즐거운 한때를 보낼 때라고 해요.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는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고,
할아버지와 함께 오래오래 좋은 시간 보내길 바라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외손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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