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하게 출근 지하철을 강남에서 환승했다.
출근하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그중 삼삼오오 모여있는 무리 중에, 등산용 가방을 멘 꽤 준수한 외모를 가진 남자와
뭔가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여자가 수줍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둘과 함께 있던 사람들은 등산을 가는듯한 착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 여자만 꽃무늬 원피스에 운동화를 신었기에 시선이 더 머물렀던 것 같다.
지하철이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문이 열리고, 빈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TMI. 전날 하체 운동으로 근육통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앞에, 플랫폼에서 수줍었던 여자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뭔가 부족해 보이는 여자...
건너편에서 보일 정도로 여자의 다리에는 하얗게 일어난 각질이 건너편에 앉아있는 나에게 보일 정도였다..
나는 내색은 안 했지만, 순간 당황했다.
그 앞에서 비스듬하게 서있는 남자의 눈은 여자를 향하고 있었는데,
그 남자의 눈에서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처음 보는 남자에게서 누군가를 바라보는 그 눈에서 정말 꿀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아는 일반적인 모습을 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를 잣대의 기준이 아닌 그 사람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아침 지하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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